몽골 유목민의 가족
방카르 (Bankhar Dog)
방카르, 또는 방하르라고 불리는 이 개는 몽골의 유일한 토종 품종견으로 대략 1만 5000년 전부터 고대 유목민들이 목축과 보호를 위해 길들여서 기르던 개입니다. 그들은 몽골의 광활한 사막과 풍부한 목축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전한 종으로, 가족에겐 충성스럽고 애정이 넘치지만 침입자에게는 강력합니다.
생김새
‘크고 넓적하다’라는 뜻의 방카르는 50~60kg 정도의 몸무게를 가진 대형견이며 털은 빨간색, 검은색, 황갈색입니다. 이중모를 가졌으며 매우 촘촘합니다. 방카르의 이중모는 추운 환경에서 몸을 보호하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눈 위에 밝은 점이 있어 네눈박이처럼 보이는데 몽골 사람들은 이 눈이 귀신을 쫓아준다고 믿었습니다. 방카르는 근육질이며 단단한 체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목축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도 강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귀는 보통 크기로 아래로 늘어져 있으며 꼬리는 풍성합니다. 초원의 개 답게 시력이 매우 좋아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습니다. 자칫 티베트 마스티프 와 혼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둘은 먼 친척일 뿐입니다
성격
보호자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높고 헌신적이며 방목형 개답게 독립심도 강합니다. 맹수들로부터 가축보호는 물론, 도둑의 침입을 막는 경비견까지 해낼 만큼 다재다능하고 용맹합니다.
또 매우 영리해서 낯선 사람을 경계하여 사납게 굴다가도 주인과 친분이 있어 보이면 순식간에 양처럼 순해지는데 한번 명령을 받으면 주인이 자리를 비워도 낯선 사람에게 온순하게 행동한다고 합니다.
방카르는 크기에 비해 칼로리 요구량이 낮습니다. 주인이 주는 약간의 먹이와 스스로 사냥하여 자급자족을 하고 여행자들이 음식을 줘도 받아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징
방카르는 몰이견이 아닌 가축 보호견입니다.
많은 수의 가축들을 지켜보다 기습하는 맹수로부터 목숨 걸고 가축과 보호자를 지켜내는 것이 그들의 일입니다.
방카르는 1년에 딱 한번 겨울에만 새끼를 낳습니다. 추운 겨울은 가축들과 유목민의 이동이 적어 방카르도 평소보다 한가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이 유목민들의 삶에 녹아들어 함께 하고자 했던 방카르의 선택이었으리라 봅니다.
몽골인들에게 방카르란
방카르는 몽골인들에게 단순한 ‘개’ 가 아닌 가족의 구성원이기에 유일하게 이름을 얻는 가축이기도 합니다.
윤회설을 믿는 몽골인들은 개가 사람이 되기 바로 전 단계라 믿기에 개가 죽으면 반드시 다음생엔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방카르는 매매가 아닌 지인에게 입양을 하는 식으로 받아오는데 때로는 길일을 받아 데려오기도 합니다.
처음 대면하며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순간 강아지의 귀와 꼬리에 기름을 발라주고 이름을 불러 주는데 강아지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해줍니다.
가족이었던 방카르가 죽으면 몽골인들은 높은 산에 올라 정성을 다해 장례를 치러줍니다.
높은 산에 오르는 건 사람이나 짐승들이 밟지 못하게 해 주고 신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것이며
개의 꼬리를 잘라 베개처럼 머리에 베어주는 것은 더 이상 개가 아님을 뜻하고
개의 입에 버터를 물려주는 건 귀하게 태어나라는 뜻을 담습니다.
역사
방카르는 고대 품종으로 지리적 고립을 통해 유전적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몽골군의 전쟁에 함께 출전해 싸웠으며 실제로 칭기즈칸의 정복길에도 함께 했습니다.
13세기 아시아를 여행한 마르코 폴로는 방카르에게 매료되어 베니스로 데리고 가기도 했습니다.
방카르는 몽골의 공산주의 시대(1920 ~ 1990년대까지)에 사회주의 스타일 정착지로 유목민들이 강제 이주될 때
풀어주거나, 몰살당했습니다. 또한 당시 개 가죽으로 된 털코트가 유행하자, 가장 큰 개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후 러시아와 몽골에서는 이 품종을 보존하려는 관심이 다시 높아졌으나 방카르는 여전히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몽골에도 산업화와 도시화 붐이 일었고 사막 지역의 전통적인 목축 생활이 줄어들게 됩니다. 자연스레 방카르의 수도 줄었고 유목민들은 자신의 가축을 지키기 위해 맹수들에게 총을 쏘거나 독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는 회색늑대 와 눈표범의 개체수가 크게 감소해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유전질환
방카르에 대한 구체적인 유전질환 목록은 제한적입니다.
고관절 이형성증, 안구질환, 피부질환, 심장질환등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수명
방카르의 수명은 평균 13~18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혹독한 환경이지만 자연 속에서 인간과 더불어 규칙을 지키며 살아왔기에 대형견으로는 꽤 긴 수명을 지니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방카르는 국제적인 표준견종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품종 특징에 대한 표준이 없거나 충분히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몽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알려진
견종이지만, 국제적으로는 그 인지도가 낮은 것도 한몫합니다.